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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 서울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Move Mountain/Hiking 2022. 3. 24. 08:00
서울의 아침은 유난히 분주하다. 지상에는 크고, 작은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고, 지하에는 수천 명을 태운 전차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벌써 서울과 경계 도시를 잇는 전철 노선은 9개가 넘었다. 또 주변 도시만 해도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노선이 많아졌다. 이렇게 복잡한 도시에도 산이 있다. 관악산, 아차산, 불암산, 수락산, 북악산 등 무려 20개에 이른다. 사람마다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서울의 가장 으뜸산은 북한산이다.
북한산은 서울의 산 중 가장 높고 산세가 웅장하다. 또 하얗게 빛나는 산은 보는 장소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매일 보아도 질리지 않는 친구의 모습처럼. 내가 북한산에 대해 아는 정확한 정보 많지 않다. 백운대와 인수봉 그리고 만경대를 이르러 삼각산이라 불렸던 것, 북쪽으로는 형제와 같은 자운봉과 만장봉, 선인봉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17개 산악국립공원 중 방문자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야영장 한 편에 목 잘린 석불, 옛 시인들이 드나들던 계곡, 등산로 곳곳에 일제강점기 때 한자로 표시된 거리와 방향, 누군가 북한산에 대해 써 내려간 시나 글들이 전부다. 북한산의 역사는 산성이 쌓였던 300여 년 전부터 비로소 시작됐다. 300여 년간 쌓인 이야기들을 풀어내기에는 누구도 역부족할 것 같다.
북한산 최고 인기 출발점, 우이동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로 향하는 길은 우이동 도선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우이동은 버스 종점이 몰려 있고,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즐비해 꼭 등산객이 아니어도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의 모임 장소로 종종 쓰인다.
우이동(牛耳洞)이라는 이름에 대한 유래는 ‘소의 귀’라고 하는 것에 의견을 모은다. 하지만 우이동에서 소의 귀와 같은 형태의 지형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말이 다르다.
가장 의견이 엇갈리는 곳이 바로 우이암이다. 우이동에서 보면 북동쪽, 도봉산으로 내려오는 한북정맥의 줄기에서 우이령 조금 못 미친 능선상에 솟아오른 바위를 두고 지금은 누구나 우이암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이 부르던 우이암은 이곳이 아니라 그보다 우이령으로 더 내려선, 근처 어디에 있는 바위였다. 현재의 우이암은 본래 관음암이라 부르던 봉우리로, 그 아래 천년 고찰 보문사에서도 그렇게 부른다. 멀리서 보면 보문사와 우이동을 굽어보고 있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관음보살의 모습 같기도 하다. 허나 본래 골산인 북한산에서 소의 귀처럼 쫑긋하게 생긴 바위가 어디 우이암뿐이랴. 어딜 둘러봐도 소의 귀 같다고 생각만 하면 인수봉도, 백운대도 그런 모습이다.
우이동 종점에서 백운대까지 4km, 3시간 이내
우이동 종점을 시작으로 백운대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약 4km. 아스팔트길을 따라 1시간쯤 올라 도선사 입구에 이르면 본격적인 등산로가 펼쳐진다. 그다지 가파르지도 그렇다고 나긋하지도 않다. 이곳에서 30분쯤 오르면 영봉과 백운대의 갈림길인 하루재에 도착한다. 하루재는 산에 오르건 내리건 어느 사람에게든 쉼터 역할을 한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본 인수봉의 풍경과 시원하게 부는 바람은 산꾼의 발목을 붙잡는다.
인수봉야영장을 지나 백운산장까지는 조금 더 거친 오르막이 이어진다. 1시간 이내면 백운산장에 닿을 수 있다. 백운산장은 1924년에 세워진 우리나라의 첫 번째 산장이다. 1998년 화재로 크게 손실되었다가 당시 산장지기 이영구 씨와 산악인들의 힘으로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백운산장이 2017년 5월 국가에 귀속되었다.
가까이 있어 더 소중한 산
백운산장에서 백운대까지는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백운봉암문(위문)을 넘으면 바람의 세기도 달라지니 체온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또 백운대는 기존의 등산로와는 다르게 바위에 설치된 난간을 잡고 올라야 한다. 고소공포증을 가진자나 등산 초보자에게는 버거울 수 있다.
북한산 백운대 정상 정상에 닿으면 서울과 근교 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는지 알 수 있는 증거다. 백운대 정상비에는 그 옆으로는 쉴 새 없이 펄럭이는 태극기가 서있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북한산에 오른다. 차가운 김밥 한 줄과 보잘 것 없는 컵라면 하나를 먹으면서도 말이다. 북한산으로 향하는 길도 고통스럽다. 후줄근한 등산복 차림에 버스나 지하철을 몇 번씩 갈아타야 하니. 비지땀을 흘려 정상 부근에 올라와도 줄을 서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또 지독한 땀냄새와 술냄새를 담고 다시 집에 가는 길도 곤욕스럽다. 정상에서 얻은 수려한 풍경이나 개운함은 집으로 오는 길에서 모두 잃게 된다. 하지만 이토록 많은 이들이 북한산에 오르는 이유는 이름도 모르는 봉우리들 앞에 자신을 헐벗은 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산 아래로 펼쳐진 도시의 모습을 보며 내일을 살아야 할 이유를 얻을 수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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